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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털터리의 생존법칙 :: 2006/04/29 15:29

신용불량자에 관한 르포 [빈털터리의 생존 법칙]은 실화를 바탕으로 거의 각색하지 않고 사실에 가깝게 씌어졌다. 현재 지명 수배중이고 주민등록 말소 상태인 신용불량자 L씨(59년 생, 45세)가 이 ‘참회록’의 주인공이다. L씨는 P상고, D대학교 경영학과를 거쳐 Y대학교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엘리트로서 20년 4개월 동안 E은행 한 곳에 몸담았던 사람이다. 그가 10억 원대가 넘는 악성 부채를 짊어지고 빈털터리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출발점은 주식 투자 실패였다. E은행 동료 책임자들과 C증권사 펀드매니저가 참여한 ‘작전 세력’이 주가 시세 조작에 뛰어들었다가 몇 개 금융기관의 간부(대리, 과장, 차장) 30여 명과 함께 고배를 마시면서 초래된 비극이 이 책의 핵심 줄거리다.

거액의 금융기관 차입급과 고금리 사채를 짊어지고 휘청거리던 E은행 간부 L씨가 명예 퇴직을 결심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동반 몰락한다. L씨에게 돈을 빌려 주거나 L씨의 차입금에 보증을 선 사람들이 결정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그 피해자들 중에서 소위 맞보증(어깨보증)으로 버티던 ‘문어발 다중 채무자’의 대부분은 E은행, H은행, C은행, C증권 등 금융기관 간부들이었다. 주인공이 완벽하게 몰락한 실업자 신세가 되었을 때, 안절부절못하던 금융기관 간부 30여 명도 결국 ‘명예퇴직’ 형식을 빌어 물러났고 하나같이 신용불량자가 된다.

주인공 L씨 때문에 수많은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는다. 은행권에서는 외환·기업·한일·농협·한빛·서울 은행은 물론이고 모든 지방 은행까지 피해를 당한다. 동양생명·신한생명·삼성화재·삼성생명·해동화재·동부화재 등의 보험 회사를 비롯해 외환카드, 다이너스카드, 아멕스카드, 국민카드, 신한·한미·하나·강원·축협·한빛·한일·조흥·제일·농협·평화 은행 등지에서 발급한 신용카드의 사용 대금도 원금만 따질 경우 6천만 원이 넘는다.

은행원 L씨는 몇몇 악덕 사채업자와 조폭 해결사들에게 시달리던 악몽의 세월을 접고 사표를 던진다. 하지만 해방감도 잠시, 비슷한 이유로 금융기관에서 퇴직한 신용불량자들이 앞세운 조폭들에게 협박 공갈과 린치를 당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신용불량자들끼리 펼친 사기극에 말려들어 피해를 보다 못해 물고 물리는 혼전이 거듭된다.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비던 주인공에게 수백 명이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된다. 주인공 L씨는 ‘신용불량자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갖가지 사기 행각을 벌인다. 각계 각층의 저명 인사들에게 접근하여 ‘얼굴 마담’으로 만들거나 돈을 우려내기 위해 여러 건의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출원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100명이 넘는 피해자를 다시 양산하여 지탄을 받다 못해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L씨는 필자(김 건)에게 접근하여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 출원 사실을 앞세운 채 또 다른 사기 행각을 시작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인사와 교수 50여 명을 싱크탱크와 태스크 포스 팀의 일원으로 앞세우다 보니 필자의 주변 사람들도 하나같이 속아넘어간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주인공 L씨는 남을 등쳐먹어야 하루하루 연명이 가능한 빈털터리 신용불량자였고 필자는 적어도 300번째 피해자였다.
이 사회에서 용도 폐기된 경제적 금치산자 L씨는 필자 앞에서 이렇게 울부짖는다. “나처럼 망가질 대로 망가졌던 소시민들의 화려한 부활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나로 인해 고통받는 이웃들이 하루 빨리 나를 용서하게 되는 날이 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 절망의 돌파구 찾기 과정에서 피를 토하듯 참회의 변을 쏟아 내고 싶지만 들어 줄이 사람이 없다.”

"나처럼 망가질 대로 망가졌던 소시민들의 화려한 부활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나로 인해 고통받는 이웃들이 하루 빨리 나를 용서하게 되는 날이 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 절망의 돌파구 찾기 과정에서 피를 토하듯 참회의 변을 쏟아 내고 싶지만 들어 줄 사람이 없다."---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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