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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제 개편, 강남 집값 잡는 묘약 될까 :: 2006/04/14 11:21
정부가 또다시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학군제 개편 카드를 들고 나왔다. 8·31 부 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8월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학군 조정을 통 해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말한 이후 7개월여 만에 다시 학군제 개편이 불거진 것 이다.
현재 서울시 학군제도는 강남 8학군(강남, 서초구)을 비롯한 11개 학군과 시청 인 근 일부 지역에 공동학군(선복수지원, 후추첨제)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검토중인 학군 조정안은 공동학군을 강남 8학군까지 확대해, 강남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강남 명문학군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강남 집값의 급등 원인은 매물은 한정돼 있는 반면, 강남권 진입을 노리는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강남 대기수요는 교육여건, 생활편익시설, 주거 쾌적 성 등 강남권의 뛰어난 인프라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94년 이후 수능 난이도와 8학군 지역 집값 추이를 살펴보면, 교육 프리미엄이 이 지역 아파트 값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95학년도 이후 치러진 총 10회 대입수학능 력시험에서(2005~2006학년도 수능은 원점수 파악 불가로 제외) 8학군 지역 집값은 6번 상승하고 4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시험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어려워 진 95~97학년도, 2002~2004학년도 수능 이후에는 8학군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띤 반면, 비교적 쉽게 출제된 98~2001학년도 수능 이후에는 가격이 하락하거나 보합세 를 유지했다.
이런 현상은 수능이 어렵게 출제된 때에 특히 두드러져, 평균점수가 41.83점(100점 만점 환산)으로 역대 수능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97학년도 수능 이후 8학군 집값은 11월 1.27%, 12월 2.91%, 97년 1월 4.56%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모의고사에 비해 40~50점가량 떨어지며 ‘수능 파동’ 사태 를 낳은 2002학년도 수능 이후에도 예비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의 강남 이사 행렬이 줄을 이었다.
공교육만으로 널뛰는 수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분위기와 강남 3구(강남구, 서초 구, 송파구)의 서울대 진학률이 가장 높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맹모들의 강남행 에 불을 당기게 된 것이다.
수능 전 1168만원이었던 8학군 집값은 이러한 이사 행렬에 힘입어 다음해 1월 1317 만원을 기록, 무려 12.36%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비강남권은 594만원에서 621만 원으로 4.54% 오르는 데 그쳤다.
한편, 참여정부 집권 이후 시행된 2004학년도 수능부터는 학군과 집값의 상관관계 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수능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함에 따 라 사교육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은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이후 집값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 아파트 가격 폭등과 그에 따른 정부의 규제에 따라 움직였다는 게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2 003년 이후 무려 7번에 이르는 굵직굵직한 대책들로 인해 강남학군 프리미엄의 영 향력이 약화된 셈이다.
또, 지난 74년 서울시 내 학군제가 도입된 이후, 강남 집값 잡기의 일환으로 행해 졌던 몇 차례의 교육제도 개편도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4년 고교평준화 확대와 함께 일본 고교학군제를 모방해 도입된 서울의 고교 학군제는 초기 5개 학군으로 시작해 강남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78년 9개 학군으로 재편된다. ‘강남 8학군’의 시작이었다. 서울고, 경기고 등 강북 명문고 가 옮겨간 강남, 서초구가 8학군으로 편성되면서 위장전입 등 각종 사회문제가 꼬 리를 물고 터진 것도 이때부터다.
이에 따라 부랴부랴 만들어진 게 지난 96년 시청 반경 3km내 고교를 대상으로 도입 된 공동학군제다. 이는 학군에 관계없이 고교입시에 복수지원을 허용하고 이후 추 첨을 통해 입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듬해 97년 강남 8학군은 또 한번 위기를 맞는다. 고교 평준화 해체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한동안 교육계를 뜨겁게 달군 종합생활기록부가 그것이다. 인생을 마감하 는 장부라는 뜻에서 ‘종생부’라고도 불린 종합생활기록부는 대학입시에 고교 내 신성적 비율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강남 8학군에 크 게 불리한 제도였다.
■학군제 개편 따른 강남권 집값 하락은 미미■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남 8학군에 속해 있던 강남, 서초 일부, 송파, 강 동구 일대 집값은 강세를 이어간다. 공동학군제가 도입된 96년 1월 강남 8학군 집 값 평균 변동률은 0.4%로 서울시 전체 집값 변동률 0.2% 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도입 발표와 동시에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종합생활기록부 도입 역시 집값을 내 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종합생활기록부가 도입된 97년 1월, 강남 8학군 이 속한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일대 집값 평균 변동률은 4.8%로 전달 변동률인 3.9%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서울시 학군제도에 마지막으로 손질이 가해진 것은 지난 99년으로 학군경계와 행정 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강남 8학군에서 송파구와 강동구가 떨어져 나 가면서 11개 학군으로 재편된다. 이는 기존 학군에 직접적인 칼날이 가해지는 사실 상 전면적인 조정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따라 강남 8학군에 속해 있던 강동, 송파 구가 6학군에 편입되고 강남구와 서초구가 남게 된다. 또 영등포, 구로, 금천, 양 천, 강서구 등 5개 구가 혼재돼 있던 7학군은 강서구와 양천구만 남고 3학군으로 떨어져나간다. 1학군과 3학군에 속해 있던 강북·성북구와 성동구, 광진구를 분리 해 11학군과 10학군도 신설됐다.
서울시 교육청이 학군제 개편을 발표한 98년 4월 이후 송파구와 강동구 집값은 각 각 -8.3%, -8% 변동률을 나타내며 서울시 전체 집값 하락폭(-7.2%)을 넘어섰다. 그 러나 학군 개편에 따른 약효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개편된 학군제가 도입된 해 인 99년 1월의 경우에도, 강남구와 서초구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1.8%, 0.5%를 보 인 반면, 강동구와 송파구 집값 상승률은 각각 2.6%와 2.4%를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강남 8학군을 타깃으로 학군제에 크고 작은 손질이 가해졌지만 집 값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또한, 참여정부 이후 재건축발 집값 상승과 이에 따른 정부 규제로 강남권 집값이 움직이면서 상대적으로 학군 프리미 엄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강남 주거 메리트를 하향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 인 대안으로 학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시에 초·중교보다 고등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과 강남 주거커뮤니티에 학군이 상당한 영향 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명문교가 즐비한 강남 8학군의 위력을 무시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학군제 개편안은 3·30 부동산 대책에서 제외되며 일단 숨을 고르고 있다. 그 러나 서울시교육청에서 작업 중인 학군 재조정에 관한 연구가 어떤 식으로든 내년 상반기 중 반영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교육 정책을 통한 집값 잡기가 성공할 수 있 을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영의 부동산뱅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