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밑 악어 :: 2006/11/19 18:40

마리아순 란다 저/유혜경 역 | 책씨 | 2004년 12월

은행에 다니는 샐러리맨으로서 큰 야망은 없지만 자기 일에 만족하고 있는 JJ는 매일처럼 은행에 출근하기 위해 침대 밑에서 구두를 찾다가 악어 한 마리를 발견한다. 이때부터 그의 삶에서 악몽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크고 작은 변화들 중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미있는 것은 그 악어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유독 JJ의 눈에만 보인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그가 도움을 청한 정육점 주인이자 친구인 세페의 눈에조차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세패는 '영원히 혼자 살 수는 없는거야'라고 충고한다.   JJ는 고민하다 결국 의사를 찾아가고, 의사는 그에게 고독이 원인인 악어 병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크로커다일 알약, 좌약 그리고 소다수를 처방해준다. 그가 약국에서 산 크로커다일 알약의 설명서에는 '고독, 불안 및 우울증에 탁월한 효능이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사실 이 병은 사람들이 시골과 자연적인 삶의 리듬, 삶과 죽음의 영원한 만남을 저버린 이후로, 도시에 정착하여 땀의 결과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손에 자신의 일을 맡긴 결과 생겨난 병이다.

JJ의 고뇌와 고독은 회사 동료인 엘레나와 삶을 함께 나누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결 수그러든다. 엘레나 역시 자신의 악어가 있다. 두 사람 사이에 고독을 끊을 수 있는 관계가 싹트자 이 악어들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악어가 사라진 뒤 주인공인 JJ는 다시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살고 싶은 의욕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다.

본 작품은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 뒤의 여운은 상당기간 지속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우리의 삶을 고독, 불안 및 우울증이라는 증세를 스스로의 발전적인 삶을 엮어 나가야 극복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설명을 아주 재미있고 읽기 쉬운 문체로 되어있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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