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삶 :: 2006/04/19 09:10
생활용품 기업 피죤에는 특별한 사내커플이 있다. 사업지원부문장 하정훈(사진 (右)) 부사장과 관리부문장 이주연(사진 (左)) 부사장 커플이다. 사내커플들은 으레 '집에서 매일 보는 얼굴, 회사에서도 보니 지겹지 않느냐''남들 이목이 집중돼 부담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듣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물론 실(失)도 있지만 득(得)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서로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남들이 못하는 직언을 들려줄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장점이라고 했다. 집에서 대화할 거리가 많은 것도 좋다고 했다.
창업주 이윤재 회장의 장녀인 이 부문장은 1996년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직후 이 회사 디자인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 부문장은 결혼 후 대우경제연구소.대우증권에서 일하다 3년 전 장인의 회사에 합류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 지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회사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이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동안 하 부문장은 영업부문, 이 부문장은 마케팅.개발부문을 주로 맡아 왔다. 어느 회사든 서로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게 두 부문이다. 보통 개발 쪽에선 '왜 물건 잘 못 파느냐' 하고 영업 쪽에선 '물건을 잘 만들어야 팔지'라며 서로 탓하기 일쑤다.
두 사람은 서로 견제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한 번도 목소리를 높여 다투거나 남 탓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서로 아쉬운 부분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늘 하게 되니 자잘한 문제까지도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부문장은 "부하 직원들까지도 다른 부서 탓하는 분위기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서로에 서운한 구석도 있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가을부터 국내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 이 부문장의 서운함이 더 큰 것 같다.
그는 "경영에 대해 잘 아는 남편에게 뭘 물어보면 성격이 급해 구박만 하고 자상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아쉬워 했다. 하 부문장은 "그래도 그 덕분에 오기가 생겨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느냐"며 "가까울수록 무언가 가르치는 게 힘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요즘 피죤이 주력하고 있는 액체 세제 '액츠'는 하 부문장의 첫 작품이다. 가루에서 액체 형태로 넘어가는 선진국 세제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기획한 것이다. 하 부문장은 "제품 기획과 개발에 있어 이 부문장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부문장에 대해 "회사 역사와 시장 변화 과정을 꿰고 있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훌륭한 조력자"라고 평했다. 이 부문장은 남편에 대해 "나에게 없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능력이 있다"고 화답했다.
중앙일보 김필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