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찾기'보다 '행복찾기' :: 2006/04/16 22:33

언젠가 나는 네잎 클로버를 몹시 갖고 싶었던 적이 있다. 네잎 클로버만 찾을 수 있다면 마술처럼 행운이 내게로 다가올 것 같았다. 그러나 한때 네잎 클로버를 찾아 헤맸던 사람들이 다 그러했듯 나 또한 세 잎 클로버밖에는 만나지 못했다.

전에 살던 집 근처 시장에 들렀다가, 골목 끝 담벼락에서 커다란 벽보를 발견했다. 그 벽보는 2절지 크기였고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에 씌워져 녹색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거기 쓰인 글씨가 커다랗게 내 눈에 다가왔다.

‘그동안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떡총각 올림.’
거기, 호떡 파는 리어카가 있었던가. 이사한지 6개월이 넘었고 호떡집이나 떡볶이, 붕어빵 리어카는 시장에서는 흔한 것이었다.

허리 굽혀 인사하는 귀여운 만화 인물까지 그려진 벽보 한 귀퉁이에는 또 다음과 같은 글이 덧붙여 있었다.

‘네잎 클로버 꽃말은 행운이고,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입니다. 행복하세요!’

당선사례도 아니고 신장개업도 아닌 호떡 리어카 주인의 폐업 벽보.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가, 그의 마음이 나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다. 그래, 행운은 네잎 클로버처럼 얼마나 찾기 어려운 것인가.
하지만 행복은 세잎 클로버처럼 얼마든지 우리 주변의 찾기 쉬운 곳에 있다. 다만 그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마음의 눈이 필요한 것이리라.
그래서 그 호떡 총각은 눈에 띄기 쉬운 세잎 클로버처럼 담벼락에 커다랗게, 행복을 발견하기 쉽게, 붙여놓았나 보다. 그 멋진 호떡총각 얼굴이라도 자세히 봐둘 걸. 난 아직 행복을 발견하는 눈이 부족한 건가.

이윤설·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Address :: http://yckimpop.com/trackback/122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  1  |  ...  121  |  122  |  123  |  124  |  125  |  126  |  127  |  128  |  129  |  ...  245  |  NEXT >